나의 이야기
새가된 꽃, 박주가리...
산골소년(?)
2008. 7. 22. 18:29
새가된 꽃 박주가리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웠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어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 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의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생(生),
어떤 생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 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 고 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