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열며

'가을비' (도종환).. 그리고 엘레나 깜브로바의 '가을비'

산골소년(?) 2008. 10. 22. 17:32

 

Elena Kamburova - Dozhdik Osennij (가을비))

.......

 

 

* 가을비 *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 도 종환 -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하루입니다.

 

누군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외롭고 슬퍼할 것들은

 

가을이 오기 전에 보내버리라구요...

 

 

 

어느누구도 나를

 

가을 속으로 밀어 넣지 않았는데

 

이렇게 가을의 한가운데 서서

 

그렇게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봅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많은 것들을 가슴에 담아야 하는데

 

살아가는 세상이 그리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가을비 내리는 날엔

 

바쁘고 분주한 일상 잠시나마 내려 놓고

 

이 투명한 가을비 속에 겸허한 마음으로

 

계절의 주는 은혜를 생각해봅니다.

 

 

 

따뜻한 차 한잔과, 수필 집 한 권과

 

이 가을을 기록해 둘 비망록 하나로

 

가을비가 주는 운치와 함께 해봅니다.

 

변함없이 좋은 하루였길 바라면서.......

 

 

-- 산골소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