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열며

아침을 열며...(11월을 보내며...)

산골소년(?) 2009. 11. 30. 07:12

11월을 보내며
                              / 유 한 나

 

 

하늘엔 내마음 닮은
구름 한점 없이 말짱하게
금화 한 닢 같은

11월이 가는 구나

겨울을 위하여
서둘러 성전에
영혼을 떨구는 사람도

 

 

한 잔의 깡소주를
홀로 들이키며
앗찔하게 세상을
버티는 사람도

가을과 겨울의
인터체인지 같은

11월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구나

 

 

뜰 앞 감나무엔
잊지 못한 사랑 인양
만나지 못한 그리움 인양
아쉬운 듯 애달픈 듯
붉은 감 두 개
까치도 그냥
쳐다 보고만 가는...

 

 

그래 가는 것이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추운 겨울 바람 찬 벌판
쌓인 눈 속이라도
살아있으니 가는 것이다

 

 

희망이란 살아있는 것일 뿐이라해도
사랑이란 더욱 외롭게 할 뿐이라해도
착한 아이처럼 순순히
계절 따라 갈 일이다
사람의 길
사랑의 길을

 


..........

 

 

 

 

이렇게 올해의 11월도 갑니다.

하늘에는 비가내리고 날도 쌀쌀해지면서 말입니다. 

 

조석의 싸늘함을 제외하곤 꽤 괜찮은 날들이었는데

11월의 마지막 날이라 하니 가슴도 서늘해지는 것 같습니다.

떨어져 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일도

이제 더 이상 아쉽지도 아련하지도 않고

계절의 마지막 끝자락을 붙잡고 힘겹게 발버둥치는

가을의 파편들도 더 이상 서럽지 않은 것은

 

이미 마음속에는 겨울을 맞이 하려

별써 가을과의 별리를 준비해놓았나 봅니다

 

 

 

좋은 친구같은 겨울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11월을 편안히 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세상의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추운 계절이지만 훈훈한 정의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데워진 난로 위의 주전자에 끓인 물로 서로서로

차를 한 잔씩 나눌 수 있는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옆에서 함께하진 못해도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 하고

또 들어주며 그렇게 보낼 수 있는 11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덜 아쉽게 보낼 수 있는 11월로

조금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12월이길 바라며

 

건강하고 평안한 마음의

좋은 오늘 하루와 이 한 주이길 바랍니다.^^

 

 

-- 산골소년 --

 

 

..........

Cartas de Amor / Arn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