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띄우는 가을 엽서..(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 엽서

                                 / 이 해 인

 

 

1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2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우리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

 

 

 

코스모스 위를 날던 고추잠자리 떼도 줄어들고

하늘 가는 뭉게구름의 파란하늘로 높아지고 있는

그만큼 기억할 수 있는 추억도 아련해지는 가을입니다.

 

점점 산허리에 걸리는 땅거미는

찾아오는 그 시간을 앞으로 당기고 있는

그래서 더 고즈넉한 표정들을 만드는 가을입니다.

 

가을은 한낮의 푸른하늘도 투명하지만

어둑한 저녁과 밤의 하늘도 투명합니다.

그 투명한 높이에 그리움과 사랑이 있는 가을입니다.

 

 

 

오늘처럼 멋진 시월의 가을 날에

사람들의 오감이 조금은 뜸한 도심의 길을 걸어가다가

불현 듯, 그대에게 가을 엽서를 쓰고 싶었습니다.

 

다소 야윈 듯한 지난 초콜릿 속의 모습과

몇 번이고 스치고 지나가는 그대의 눈빛은

분명 맑고 밝은 아름다움이었는데 말입니다.

 

도심의 길 위로도 무심히 부는 소슬한 가을 바람에

아직 덜마른 낙엽들이 나부끼는 모습이 그대위한 마음을

조금은 아릿하게 긁어놓은 가을 날이어서 그랬나봅니다.

 

우리 건강하자구요...^^

 

 

-- 산골소년 --

 

..........

 

(씨크릿가든의 '10월의 어느 멋진날에'/noctur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