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사과' , 김정은.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곳은 우연하게도 내 서울 삼성동 녹음실이었다.
몇 해 전, 박신양과 함께 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란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되었던 걸 기억한다.
여느날처럼 난 동네 편의점에서 단무지에 소맥을 돌리고 있다가
김정은이 녹음실에 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얼큰하게 취해서 쓰~윽 녹음실을 들여다봤다.
와~~김정은이다!!^^
안에서 녹음하고 있는 목소리가!.
아휴 걍….^^ㅋㅋ(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하나)
어쨌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오빠 동생 하는 사이로 친해졌다.
그녀에겐 만날 때 마다 빨간색 사과를 연상시키는 상큼함과 향이 늘 배어있다.
음악을 사랑하고 가까이하기 위해
'초콜릿' 진행자의 자리는 짤리지만 않으면 계속 하고 싶다는 욕심은 드디어
요즘 그녀를 드럼 앞에 앉혀 놓기까지..(김정은은 '초콜릿'제작진의 권유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섹시한 드러머가 된 김정은도 볼 수 있을 것 같다.^^ㅎㅎ
이렇게 상큼하고 씩씩하지만 그녀는 보기보단 많이, 아주 많이 여리다.
몇 달 동안 집에서 혼자 가슴 앓이를 하다 오랜만에 사람 만나러, 수다 떨러 나왔다는 그녀….
사랑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그리 쉽기야 하겠냐만은
어쨌든 지금은 많이 편해진 모습에 마음이 놓인다.
빨간 사과 김정은~~~!!..
다시는 사람들앞에서 울지마. 특히 TV 앞에서….
잘못하면 뭇 남정네들 난리난다! ^^
■ 김정은 에필로그
그를 만나며 솔직히 기분좋게 두번 놀랐다.
첫번째는 내게 '두 번씩'이나 인터뷰 요청을 했다는 사실
(사실 첫 번째 인터뷰 제의 때 직접 나를 만나러 오신다는 말씀에 황송하여
흔쾌히 응하고 싶었으나 몸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는 중이라 불가능했다)
두 번째는 바로 인터뷰 당일,
그의 손에 들려있던, 빼곡히 뭔가를 적어온 듯한 A4용지를 봤을 때 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내 자료 조사를 하며 나를 위한 질문지를 따로 작성해 오셨다고.
이승철씨와의 인연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년 전쯤부터 서너 번쯤 되는 식사자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만난 나를 기억하고 있을테지만,
사실 그에 대한 나의 기억은 역사가 꽤 깊다. 난 그의 오래된 팬이다.
내 인생의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들을 나는 그의 음악과 함께 갈증을 풀었다.
옛날 까칠(?)했던 이승철의 음악은 나의 로망의 한 가운데 있었다.
내 어린 시절에 처음 들었던 '회상'에서의 그의 목소리는 미성이고,
너무나 무심하면서도 불친절한 매력이 있었다.
(당시 많이 보던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천재 뮤지션 같은 까다로움 이랄까.)
정말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어느덧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누구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사람의 인연에서 운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려와 노력이다.
우연히 만난 것 같지만, 서로가 상대에 대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그 기회는 세상에 없던 소중한 것이 되기도,
또 형편없는 순간이 되어 지나치기도 한다.
다시 만난 그에게서 내가 소녀였던 시절에 열광했던 까칠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멋진 남편으로, 자상한 아빠로, 후배들에게 교감이 될만한 최고의 뮤지션으로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아주 훌륭한 타협들, 세상과의 지혜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그는 삶의 순간들로 내게 가르쳐 주고 있는 듯 했다.
정리=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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